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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밥상] 입 짧은 아이와 편식쟁이 엄마의 봄동 입덕기: 겉절이부터 된장무침까지

by mweeee 2026. 3. 25.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의 입구에 들어설 때면 마트 매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채소가 있습니다.

바로 노란 속살을 수줍게 드러낸 ‘봄동’이지요. 사실 고백하자면, 저는 저희 아이보다 가리는 야채가 더 많은 편식쟁이 어른입니다. 대학시절 TV 프로그램 '1박 2일'에서 강호동 님이 봄동 비빔밥을 그렇게 맛있게 드실 때도 "풀떼기가 맛있어봐야 얼마나 맛있겠어?"라며 시큰둥했던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2년 전, 우연한 호기심에 무쳐본 봄동 한 접시가 제 식성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이걸 왜 이제야 먹었을까!" 하는 뒤늦은 후회와 함께, 작년 11월부터 지금까지 세 식구가 봄동을 무려 네 번이나 사다 먹었으니 말 다 했죠? 오늘은 입 짧은 아이와 함께 사는 저희 집의 봄동 활용기를 들려드릴게요.

 

봄동 겉절이, 어른용 봄동 된장무침 그리고 입 짧은 아이의 이번 도전 과제 : 봄동된장무침

 

1. 매일이 새로운 맛, 변화무쌍한 ‘봄동 겉절이’의 매력

평소 저는 익은 김치보다는 갓 담근 새김치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익은 김치는 찌개나 볶음 요리에 양보하고, 식탁 위 반찬으로는 늘 푸릇푸릇하고 아삭한 식감을 찾게 되더라고요.
봄동 겉절이는 그야말로 ‘만만한’ 밥도둑입니다. 제 겉절이 철학은 조금 독특한데요, 바로 '정해진 레시피가 없다'는 점입니다.

 

  • 그날의 영감에 맡기는 양념: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를 훑어보다 그날따라 꽂히는 양념 비율을 참고합니다. 때로는 액젓을 더 넣기도 하고, 때로는 단맛을 강조하기도 하죠.
  • 예측 불가능한 즐거움: 매번 맛이 조금씩 달라지지만, 그게 바로 집밥의 묘미 아닐까요? 신선한 봄동 본연의 달큰함이 기본을 잡아주니 실패할 확률도 낮습니다.
    특히 이 겉절이는 뜨끈한 쌀밥에 참기름 한 바퀴 크게 두르고 쓱쓱 비벼 먹을 때 진가를 발휘합니다. 평소 밥 양이 적은 저조차도 고봉밥을 먹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거든요.

 

2. 편식하는 아이를 위한 엄마의 승부수, ‘봄동 된장무침’

우리 아이는 채소는 잘 먹는 기특한 면이 있지만, 정작 보통 아이들이 선호하는 고기류나 특정 음식들은 입에도 대지 않는 독특한 식성을 가졌습니다. 식사량 자체가 적고 가리는 게 많아 방학이면 돌봄센터 급식 대신 직접 도시락을 싸주며 영양을 챙기곤 하는데요.
이번 봄동 시즌에는 아이를 위해 ‘봄동 된장무침’이라는 변화구를 던져보았습니다.

 

봄동 데칠 때는 꼭 단단한 줄기부터 넣어서 데쳐야합니다.

 

  • 맛있게 데치는 한 끗 차이: 팔팔 끓는 소금물에 단단한 줄기 부분부터 먼저 넣고 약 1분 30초간 데쳐줍니다. 그래야 잎과 줄기가 골고루 알맞은 식감을 유지해요.
  • 찬물 샤워와 물기 제거: 데친 후 즉시 찬물에 헹궈 아삭함을 살리고, 물기를 꽉 짜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 아이 맞춤형 양념: 구수한 된장, 참기름(혹은 들기름), 다진 마늘 소량, 깨, 설탕을 넣고 무칩니다.
    아직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아이를 위해 마늘을 아주 조금만 넣었더니 제 입맛엔 살짝 아쉬웠지만, "한 입만 먹어봐, 진짜 맛있어!"라는 엄마의 애원 끝에 아이가 겨우 한 입을 받아먹어 주었을 때의 그 쾌감이란! 하지만 더 먹어줬으면 하는 양가감정이 공존하는 그런 마음.. 어머님들이라면 다들 공감하시죠?

 

3. 술상과 밥상의 경계에서 찾은 제철의 행복

평일 내내 저녁을 비우며 가볍게 지내다가도, 금요일 저녁 남편과 함께하는 안주 상만큼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 봄동 된장무침을 만들며 문득 기막힌 안주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고요.
"아, 이건 대패삼겹살이다!"
잘 구운 대패삼겹살에 짭조름하게 무친 봄동 된장무침을 곁들여 고추장 살짝 넣고 비벼 먹으면, 일주일의 피로가 싹 날아갈 것 같은 조합이지 않나요? 이번 일요일 저녁 술 빠진 정갈한 밥상에도, 혹은 다가올 주말 남편과의 오붓한 술상에도 봄동은 최고의 파트너가 되어줄 것 같습니다.

 

마치며: 제철 음식을 챙긴다는 것의 의미

어느덧 봄동 철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또 찬 바람이 부는 11월을 기다려야겠지요. 예전에는 몰랐던 제철 식재료의 소중함을 아이를 키우며 새삼 깨닫습니다. 입 짧은 아이에게 하나라도 더 좋은 것을 먹이고 싶은 마음, 그리고 주말이면 가족과 둘러앉아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소소한 일상이 저를 '살림 전문가'로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내년 11월, 다시 돌아올 봄동을 기다리며 그때는 꼭 저만의 '황금 계량 레시피'를 기록해 여러분께 공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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