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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도시락 기록 #9] 묻히기 싫어하는 아이를 위한 '한입 쏙' 소고기 버섯전, 그리고 엄마의 노력

by mweeee 2026. 3. 24.

 

 

겨울 방학이 길어질수록  저의 고민은 도시락 통 속에 머뭅니다. 내일은 어떤 도시락을 싸줘야 하나 하고 사진첩을 보다 보니 저를 추억에 잠기게 하는 메뉴가 하나 등장하더군요. 그건 바로 "전"입니다.

사실 이 전 한 조각에는 남들은 잘 모르는 저와 아이만의 눈물겨운 사투와 깊은 배려가 담겨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 아이의 '최애' 메뉴이자, 제 손목과 바꾼 정성이 가득 담긴 소고기 버섯전 도시락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추억에 잠기게 했던 소고기 버섯전, 그리고 아이의 차애 숙주나물과 계란국을 넣은 도시락

 

 

1.  "자기 주도식"의 눈물, 아이의 예민함을 이해하기까지

 

아이를 키우며 가장 힘들었던 건 단연 '먹이는 일'이었습니다. 분유 시절부터 하루 권장량의 2/3만 채워주면 고맙다고 생각해야 할 정도로 입이 짧은 아이였죠. 이유식을 시작하며 주변의 권유로 '자기 주도식'을 시도했던 날을 저는 잊지 못합니다.

식탁 의자는 난장판이 되고, 손과 입 주변에 음식물이 묻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던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었습니다. 저 역시 그런 아이를 붙잡고 참 많이도 울었죠. 그때 깨달았습니다. 이 아이는 단순히 편식을 하는 게 아니라, 신체에 무언가 묻는 감각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섬세한 아이라는 것을요. 깔끔하게, 한 입에 쏙 들어가는 형태가 아니면 아이에게 식사 시간은 고역이었던 셈입니다.

 

 

2.  주 4회 전을 부치던 2년, 엄마의 인내심이 만든 돌파구

그 예민함을 존중하며 찾아낸 돌파구가 바로 '전'이었습니다. 밥전을 부쳐주니 신기하게도 아이가 손으로 덥석 집어 먹기 시작하더군요. 묻지 않고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전'이야말로 우리 아이에게 최적화된 식사 형태였습니다.

그날 이후 2년 넘게, 저는 일주일에 최소 4번은 전을 부쳤습니다. 아이가 거부하는 식재료를 전이라는 틀 안에 숨겨 먹이기 시작한 거죠. 애호박, 부추, 늙은 호박부터 돼지고기, 새우, 깻잎까지... 냉장고의 모든 재료가 전이 되었습니다. 특히 고기를 잘 안 먹는 아이를 위해 새송이버섯을 아주 잘게 다지고 소고기 다짐육을 섞어 '소고기 버섯전'을 완성했습니다.

 

 

3.  아기새처럼 입을 벌리게 만드는 '추억의 맛'

시금치나 나물을 무칠 때 간을 보라고 해도 도통 입을 벌리지 않는 아이지만, 이 소고기 버섯전을 부치는 날만큼은 풍경이 달라집니다. 지글지글 전 굽는 소리와 고소한 냄새가 온 집안에 퍼지면, 어느새 아이가 주방 곁으로 다가와 기웃거립니다.

"엄마, 한 입만!"

평소엔 흔치 않은 광경입니다. 아기새처럼 입을 벌리고 갓 구워낸 뜨끈한 전을 기다리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아침 일찍 기름 냄새 맡으며 불 앞에 서 있던 고단함이 눈 녹듯 사라집니다. 아이에게도 이 전은 단순히 반찬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을 온전히 이해받았던 따뜻한 추억의 맛이 아닐까 싶습니다.

 

 

4.  방학 한정 도시락 싸는 엄마의 '한 끗 차이' 노하우

도시락용 전은 식어도 맛이 있어야 하기에 조리법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 계란 노른자의 마법: 계란 전체를 쓰기보다 노른자 위주로 사용하면 색감이 훨씬 노랗고 예뻐서 아이의 식욕을 돋웁니다.
  • 수분 조절과 식히기: 버섯에서 수분이 나오지 않도록 센 불에서 빠르게 익히고, 구운 직후 체망 위에서 한 김 충분히 식힌 뒤 도시락에 담아야 눅눅해지지 않습니다.
  • 깔끔한 마무리: 종이 호일을 깔고 담아주면 기름기가 섞이지 않아 깔끔쟁이 아이가 끝까지 기분 좋게 식사할 수 있습니다.

 

5.  에필로그 : 엄마라서 가능했던 시간들

초등학생이 된 지금도 소고기 버섯전을 싸줬던 그날엔 "엄마, 오늘 전은 다 먹었어!"라고 말해주는 아이의 한마디가 저를 다시 움직이게 합니다.

주 4회 전을 부치는 일은 분명 고된 노동이었지만, 그 시간 덕분에 아이는 이제 소고기 버섯전에는 대파도 넣고 한 종류의 버섯이 아닌 여러 가지 종류의 버섯을 넣어도 여전히 전이라면 잘 먹는 어린이가 되었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아이가 기분 좋게 식사할 수 있다면 일주일 내내 삼시세끼 전을 부칠 수도 있는 게 엄마의 마음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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