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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도시락 기록 #11] 숙주는 좋은데 콩나물은 싫은 아이? 엄마의 조용한 도전과 콩나물국

by mweeee 2026. 3. 26.

 

 

두 달간의 겨울방학 도시락, 처음엔 이 긴 시간을 어떻게 매일 도시락으로 채울까 막막하기도 했지만, 도시락을 싸다 보니 마음을 조금 비워냈어요.
"외식이 아닌, 집에서 먹던 건강한 밥상을 그대로 도시락 통에 옮겨 담는 것뿐이다"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죠.

이번 방학 도시락에는 저만의 소박한 목표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아이에게 새로운 맛을 경험하게 해주는 '도전 과제'를 하나씩 던져주는 것이었죠.

늘 먹던 안전하고 익숙한 메뉴에서 벗어나, 아이와 저 모두에게 기분 좋은 자극과 성취감을 주고 싶었거든요. 입이 짧고 식사량이 적은 아이라 늘 '조금이라도 더 먹이는 것'에 집중해 왔지만, 이번만큼은 '새로운 맛에 익숙해지는 것'에 무게를 두어 보기로 했습니다.

 

1. 숙주와 콩나물 사이, 그 미묘한 취향의 차이

 

우리 아이의 '차애' 음식이 숙주나물이라는 건 제 블로그 글을 조금이라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다들 아실 거예요. 채소를 워낙 잘 먹는 아이라 숙주는 무쳐주기 무섭게 사라지곤 하죠.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콩나물은 완강히 거부합니다.

보통 숙주 특유의 향 때문에 아이들이 콩나물을 더 선호하지 않나 생각했는데, 우리 아이는 늘 제 고정관념을 깨뜨립니다. 이유를 물으니 돌아온 대답은 참으로 아이답고도 명확했습니다.

 

"엄마, 저 콩나물 대가리가 '콩'이라서 싫어."

 

사실 저 역시 콩을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의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콩 앞에서는 늘 무너졌죠. 하지만 저는 콩나물과 두부, 두유는 잘 먹거든요!

그런데 아이는 그 '대가리'의 정체가 콩이라는 사실 그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던 겁니다. 엄마의 편식을 닮은 건지, 아니면 그저 취향인 건지 미안하면서도 웃음이 나는 대목이었죠.

 

2. 주방에서 벌어진 조용한 나와의 싸움

이번 콩나물국 도시락을 준비하면서, 제 마음속에는 조용한 싸움이 하나 일어났습니다.
'콩나물국을 있는 그대로 싸줄 것인가, 아니면 예전처럼 콩나물 대가리를 일일이 다 떼어서 줄기만 싸줄 것인가.'

아이가 한 입이라도 더 잘 먹게 하기 위함이었다면 당연히 후자를 선택했겠지요. 예전에는 아이에게 콩나물을 먹여보겠다고 식탁에 앉아 한참 동안 대가리를 떼어내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손끝이 노랗게 물드는지도 모르고 그 정성을 들였건만, 정작 아이는 '줄기만 있는 콩나물'조차 낯설어하며 밀어내곤 했죠.

하지만 이번 도시락의 목표는 단순히 '잘 먹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도전'에 더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결국 저는 콩나물의 온전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로 마음먹고 전자를 선택했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그 벽을 한 번쯤 마주해 보길 바라는 엄마의 욕심 섞인 응원이었죠.

 

3.  오늘의 메뉴: 콩나물국과 한돈 떡갈비

 

짧은 아이를 위한 겨울방학 도전 도시락 전체샷: 콩나물국과 쪽파 계란말이, 한돈 떡갈비 식단

 

  • 메뉴 구성: 콩나물국, 쪽파 듬뿍 계란말이, 한돈 떡갈비
  • 조리 포인트:
    • 콩나물국: 아이가 국물이라도 편하게 마실 수 있게 멸치 육수를 진하게 내어 맑게 끓였습니다. 대가리를 떼지 않은 콩나물이 아이에겐 거대한 산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네요.
    • 계란말이: 입 짧은 아이의 단백질 보충을 위해 아이 취향대로 쪽파를 듬뿍 넣어 완성했습니다.
    • 한돈 떡갈비: 직장에서 설 선물로 받은 수제 햄 세트 속 떡갈비입니다. 처음 접하는 브랜드라 조금 불안했지만, '수제 한돈'이라는 이름표를 믿고 육즙이 빠지지 않게 정성껏 구워 담았습니다.

 

4.  FM 아이의 정중한 거절, 그리고 소중한 깨달음

 

하원 길, 저희 집만의 루틴인 "오늘 점심 어땠어? 국은 좀 먹었어?"라는 질문에 아이는 아주 차분하고 미안한 목소리로 답했습니다.

 

"국물은 먹었는데, 콩나물은 싫어서 그냥 안 먹었어. 미안해 엄마."

 

정중한 거절에 한숨이 살짝 나오긴 했지만, 이내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돌봄 센터라는 낯선 공간에서, 억지로 권유하는 사람도 없는 상황에 아이가 스스로 싫어하는 식재료를 도전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성향이 완고한 FM 아이답게 본인의 기준을 지킨 셈이죠.

이번 도시락 도전을 통해 중요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새로운 음식 도전은 집에서, 부모와 함께할 때 하자"는 것이었죠. 밖에서는 아이가 가장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안전한 메뉴'를 싸주는 것이 아이의 정서적 허기를 채워주는 길이라는 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5.  실패도 기록이 되는 엄마의 성장 일기

비록 이번 콩나물 도전은 보기 좋게 망했지만, 이런 시행착오가 쌓여 아이의 식탁이 만들어지는 거라 믿습니다. 방학기간 동안에는 아이의 삼시세끼에 온 에너지를 쏟는 저에게, 이 실패는 다음 메뉴를 위한 소중한 데이터가 되었습니다.

이 날엔 콩나물 대신 아이가 좋아하는 숙주를 듬뿍 넣은 요리로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 주말 남편과 함께할 안주상에는 남편이 좋아하는 쫄면에 남은 콩나물 데쳐서 야무지게 먹었습니다. 아이의 도시락 전쟁은 실패했지만, 엄마아빠의 안주상은 성공한 웃기고 슬픈 에피소드가 생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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