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able

[아이의 저녁 밥상] 삼겹살보다 숙주가 좋다는 아이, 정답 없는 식단 기록

by mweeee 2026. 3. 30.

 

 

 

겨울방학 내내 이어졌던 도시락 가방 챙기기가 끝나고, 이제 다시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아이의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밖에서 긴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아이에게 집에서 먹는 저녁 한 끼는 단순한 영양 보충 이상의 의미를 갖지요.

도시락이나 집밥이나 메뉴 구성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지만, 제가 저녁 상차림에서 유독 신경 쓰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그릇의 온기'입니다. 아이가 7살이 되던 해부터 저는 가벼운 플라스틱 식판 대신 묵직한 도자기 그릇을 내어주기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제 그릇을 그대로 나누어 쓰기도 하죠. "너는 소중한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존재란다"라는 마음을 담아 차려낸 한 상은, 입 짧은 아이에게 식사 시간을 조금 더 즐거운 기다림으로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입 짧은 아이의 취향 존중 저녁밥상

 

 

1. 발리의 추억 :  바베큐 소스 삼겹살과 계란국

지난 12월, 우리 가족은 발리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평소 외식을 즐기지 않는 저희 가족이지만, 아이에게 세상의 다양한 맛을 보여주고 싶어 유명하다는 레스토랑을 찾았죠. 그곳에서 아이는 인생 메뉴인 '비비큐 립'을 만났습니다. 고기도, 소스도 즐기지 않던 아이가 코를 박고 먹는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적인 감동이었어요.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 맛을 그리워하는 아이를 위해 주방에서 소스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시판 바베큐 소스에 물과 올리고당을 적절히 섞어 단맛과 농도를 조절하고, 칼집을 낸 삼겹살에 재워 구워냈습니다.

  • 엄마의 팁: 고기에 칼집을 깊게 내면 아이들이 씹기 편하고 소스가 깊게 배어들어 풍미가 살아납니다.

아이는 "엄마, 발리에서 먹던 그 맛이랑 비슷해!"라며 엄지를 치켜세워주었습니다. 여기에 아이의 영원한 ‘최애’ 메뉴인 맑은 계란국을 곁들이면, 실패 없는 저녁 밥상이 완성됩니다. 바쁜 저녁 시간, 휘리릭 끓여낼 수 있는 계란국은 엄마에게도 효자 메뉴지요.

 

2. 반전의 입맛 : 스팸보다 미역줄기가 좋은 아이

 

어느 주말, 정성껏 끓여둔 맑은 육개장을 메인으로 차린 날이었습니다. 곁들임 반찬으로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법한 스팸 구이와 김을 놓았고, 제가 먹으려고 만든 미역줄기볶음을 슬쩍 곁들였죠.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당연히 스팸으로 젓가락이 갈 줄 알았는데, 아이는 미역줄기를 무려 세 번이나 리필해 먹었습니다.

  • 아이들 입맛의 신비: 보통 아이들이 소시지나 햄을 좋아할 거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오독오독한 식감의 미역줄기나 나물류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아이는 보편적으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보다는 본인만의 확고한 식성(Texture)이 있는 편입니다. 덕분에 정성껏 준비한 육개장은 뒷전이 되었지만, 건강한 바다 채소를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에 그저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고기보다는 채소, 숙주에 밀린 삼겹살의 굴욕

가끔은 설거지를 줄이고 싶거나 간단히 먹고 싶은 날, 삼겹살 숙주볶음 덮밥을 준비합니다. 아삭한 숙주의 식감을 살려 볶아내면 별다른 반찬 없이도 훌륭한 한 그릇 요리가 됩니다.

하지만 역시나 입 짧은 우리 아이는 제 예상을 빗나가지 않습니다. 고기보다는 숙주를 훨씬 더 많이 먹거든요. 고기 중에서는 그나마 삼겹살을 잘 먹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아삭한 숙주 앞에서는 삼겹살도 기를 펴지 못합니다. 고기 두 점에 숙주만 잔뜩 먹는 아이를 보며 '단백질 섭취'에 대한 엄마의 걱정은 늘어가지만, 채소를 가리지 않고 잘 먹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기로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엄마, 떡국엔 파만 넣어줘" 취향 존중

보통의 아이 떡국이라면 소고기 고명이나 부드러운 달걀지단이 필수라고 생각하시죠? 어느 날 아이에게 떡국을 끓여주겠다고 하니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계란도 싫고 고기도 싫어. 그냥 파만 넣어줘."

처음엔 귀를 의심했지만, 확고한 아이의 취향을 존중해 주기로 했습니다. 대신 영양 균형이 걱정되어 냉장고에 있던 돼지갈비를 따로 구워냈습니다. 슴슴하고 맑은 떡국 국물과 짭조름한 갈비의 조합이 꽤 괜찮았는지, 평소보다 많은 양의 식사를 마쳐주었습니다.

 

기록이 주는 힘, 아이의 성장을 응원합니다

 

매일 차리는 밥상이지만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다 보니 우리 아이의 식습관이 참 한결같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더 어릴 때부터 기록했다면 아이의 미각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더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고요.

하지만 '지금이 가장 빠른 때'라는 말처럼, 앞으로도 꾸준히 아이의 밥상을 기록해보려 합니다. 편식 아닌 편식을 하는 아이, 양은 적지만 자기만의 취향이 확고한 아이를 키우는 모든 부모님들께 이 기록이 작은 위로와 아이디어가 되길 바랍니다.

오늘도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한 끼를 위해 주방을 지키는 모든 엄마들을 응원합니다.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사항 | 소개 및 문의

© 2026 kimmwee.com. All rights reserved.